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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Dec 29, 2013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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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은 겨우 집 한 채보다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에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우주에는 지구, 화성, 금성처럼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 놓은 큰 별들 외에도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별은 너무 작아서 천체 망원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그런 조그만 별을 하나 찿아 내면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주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 주자면 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소혹성 제 3251호'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이 소혹성 B - 612호가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별은 1909년 터키의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한번 본 적이 있는 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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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문학자는 국제 천문학 회의에 자신이 발견한 별을 멋들어지게 증명해 보였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낡은 터키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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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란 늘 이런 식입니다.

입고 있는 옷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진실까지 옷으로 판단한단 말입니까!

그런데 소혹성 B - 612호의 명예를 회복할,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터키의 왕이 모든 국민들에게 양복을 입으라고 명령를 내린 것입니다. 양복 입기를 거역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1920년에 천문학자는 다시 국제 천문학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멋있는 새 양복을 입고 그 별에 대해 자신이 주장했던 것을 다시 증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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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에는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게 되었습니다.

내가 소혹성 B - 612호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면서까지 별의 번호를 말하게 된 것은 모두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아주 좋아합니다.

만약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진짜 중요한 것은 하나도 묻지 않습니다.

"그 친구 목소리는 어떠니?"

"무슨 놀이를 좋아하지?"

"나비 수집은 안 하니?"

어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묻는 법이 절대로 없습니다.

"그 친구 나이가 몇 살이냐?"

"형제는 몇 명이니?"

"몸무게가 얼마냐?"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느냐?"

하는 따위의 질문을 할 뿐입니다. 모두가 숫자에 관한 것들뿐입니다. 어른들은 그래야만 그 친구를 잘 알게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것으로는 친구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 제라늄 꽃이 핀 화분이 놓여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살고 있는, 장밋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보았어요." 하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10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그제서야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알 수 있다는 듯이, "그렇다면 굉장히 훌륭한 집이겠는걸." 하고 감탄합니다.

"어린 왕자는 아주 멋있어. 깔깔 대고 웃는 웃음소리는 너무나 근사하지. 그리고 양을 가지고 싶어했어. 그것이 어린 왕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야. 만약 누군가가 양을 갖고 싶어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거야."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들은 금방 어린애 취급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은 소혹성 'B - 612호'야." 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이상 귀찮은 질문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른들이란 원래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나쁘게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들은 그런 어른들에게 아주 너그러워야 합니다.

그러나 인생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숫자 같은 건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좀더 새롭고 신비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궁리 끝에 옛날 이야기처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옛날에 옛날에 저보다 좀 클까 말까 한 아주 작은 별에 어린 왕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그 별에서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가 무척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생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진실한 느낌을 주었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아무렇게나 읽어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 왕자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려니까 슬픔이 먼저 밀려옵니다. 내 친구 어린 왕자가 양을 가지고 떠나간 지도 벌써 6년이나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니까요. 누구나 다 참된 친구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만약 어린 왕자를 잊어버린다면 숫자에만 관심을 갖는 어른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내가 그림 물감과 연필을 산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섯 살 때 속이 들여다보이는 보아구렁이와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구렁이의 그림을 그린 이후, 아직까지 그림이라고는 그려 본 적이 없는 내가, 지금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나는 원래 모습에 가깝게 그리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림이 잘 그려질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림을 괜찮게 그릴 수도 있겠지만 못 그릴 수도 있습니다. 또 여러 장 그렸을 때 모양이 다 다를지도 모릅니다. 어린 왕자의 키가 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습니다. 옷 빛깔 역시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옷 모양도 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더듬거리다 보면 중요한 부분을 잘못 그릴 수도 있습니다. 눈이 찌그러질 수도 있고 입이나 귀가 실제보다 크게 그려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그림을 잘 못 그리더라도 여러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내 친구인 어린 왕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자기와 같은 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어린 왕자와 틀린 점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불행히도 나는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양을 제대로 꿰뚫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어른들과 더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나도 늙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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