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
그날은 마침 삼월 중순이었다. 아침을 먹은 후 가보옥은 <서상기(會眞記)>를 끼고 심방갑(沁芳閘) 다리 근처로 걸어가 복숭아나무 아래 바위 위에 앉아 <서상기>를 펼쳐 처음부터 세세히 완상했다. 막 “붉은 꽃잎 떨어져 무리(陣)을 이루네”라는 구절을 보는데, 한 무리 바람이 불어와 나무 위의 복사꽃이 흩날렸다. 몸에도, 책에도, 땅에도 온통 복사꽃으로 뒤덮였다. 보옥은 그것을 털어내려다, 혹시라도 발로 밟을까봐 꽃잎을 가만히 싸서 연못 쪽으로 가 물속으로 털어냈다. 꽃잎들은 수면 위를 표표히 떠다니다가 마침내 심방갑으로 흘러들어갔다.
되돌아와 보니 땅위에 아직도 한 그득인지라 보옥이 머뭇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너 여기서 뭐해?” 보옥이 돌아보니 임대옥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깨에는 꽃 호미를 메고, 호미 위에는 꽃 주머니가 걸려 있었으며 손에는 꽃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보옥이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왔어. 여기 이 꽃을 쓸어 담아 저기 물에다 버려줘. 나도 방금 잔뜩 던져 줬어.” 임대옥이 말했다. “물에 버리면 안 좋아. 여기 물은 깨끗하지만, 흘러흘러 사람들 사는 곳으로 가면 더럽고 냄새나는 게 섞여들어 마찬가지로 꽃을 모욕하는 게 되어 버리잖아. 저기 모퉁이에 내 꽃무덤이 있어. 꽃을 쓸어 담아 이 주머니에 넣었다가 땅에 묻어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땅속으로 스며들거야. 그게 더 깨끗하지 않겠어?”
조설근 <홍루몽>중 ...
아..름답구나